쿰 369호
{저자의 일상} 정석원 화성에 위치한 예수향남교회에서 청소년들을 꿈꾸게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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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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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발췌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독일의 한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Dresden)을 방문했을 때 인상 깊은 건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도심의 광장 한 가운데에 위치한 성모교회입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동상 뒤로 보이는 교회 건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만한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회 외벽을
수놓고 있는 거뭇거뭇한 벽돌들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게 그을린 모습이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건물에는 한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드레스덴은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성모교회 또한 폭격을
맞아 잔해만 남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본인의 집을 잃은 것보다 교회 건물이
폭파된 것을 더 슬퍼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교회는 드레스덴의 상징이었고
자랑이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이 끝나고 동독 정부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교회 잔해를 치우고 그 자리를 주차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다행히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지만
사람들은 언젠가 정부가 이 잔해들을 치울 것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시민들은 언젠가 교회가 재건될 날을 대비해서 돌 하나라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교회 잔해의 벽돌들을 각자의 집에 가져가 수십 년간
소중하게 보관했습니다. 마침내 교회의 복원이 결정됐을 때 각자 보관하고
있던 벽돌들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 벽돌들이 모여서 교회 건물이 재건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한국교회는 폭격을 맞은 것 같습니다. 교인들 간의 대량
전염으로 인해서 교회는 집단감염의 온상이라는 오명과 함께 사회적인 지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전대미문의 현실 속에서 교회들은 우왕좌왕하게 되었고,
선교는 위축되었습니다. 성도들도 혼란에 빠졌습니다. 더 비참한 현장은 각
교회의 주일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특성상 자유롭게 교회를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몸담고 있는 청소년부는
상황이 더 심각해 보입니다. 청소년들은 언택트 상황으로 인해 분별력을 갖출
새도 없이 미디어의 홍수 속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각 사역자들과 교사들은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통해 신앙적으로 양육하기 위해 시도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미 자극적이고 얕은 미디어 콘텐츠들에 길들여진 터라 사역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더 나아갈 수도, 더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진 것 같습니다. 마치 폭격을 맞은
잔해를 보는 기분입니다.
이 현장을 보며 필자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간직해야 할 벽돌(본질)은 무엇인가?’ 현실을 보며 한탄만 하기보다 지금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문에 대한 자답을 진지하게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성찰의 조각들이 쌓여서 문장을 이루고, 챕터를
구성하기 시작하여 하나의 원고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 결실로 《청소년
사역 핵심파일》이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음세대에 대해 또 다른 질문을 시작할 수 있다면, 다음세대를 위해 포기하지
말아야 할 신앙적인 가치와 본질을 성찰할 수 있다면 회복을 향한 걸음을 떼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세대, 우리 모두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름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간직해야 할 소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