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 362호
{저자의 일상} 남기업 《희년》 공동저자, 희년함께 공동대표,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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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회심시킨 신명기,
한국 교회를 회심시킬 《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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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추락은 끝이 없다. 여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제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듯하다. 세습을
허용하는 총회, 불법적으로 예배당을 크게 지어 놓고 ‘하나님의
영광’이란 말로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교회, 이젠
놀랍지도 않다. 역사의 희생자에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기득권자, 즉 가해자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교회가 지금의 교회다. 나는, 한국 교회가 현재 바벨론에 멸망하기 직전이라고
본다. 포로로 비참하게 끌려가기 직전 말이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신앙의 정성이 부족해서 멸망이 불어닥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비극은 신앙생활을 안 하거나 등한히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을 잘 믿고 있다고 확신하며 열광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다가
멸망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심혈을 기울여 지은 성전에서 성대하게 제사를
드리면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고 복을 내려 주신다고 가르쳤다. 지금 한국
교회와 똑같다. 지금의 교회도 열심히 예배드린다.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하며
크게 짓는다. 기도도 정말 많이 한다.
그렇다. 이스라엘이 나라가 망하여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것처럼 한국
교회도 세상에 짓밟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스라엘처럼 해야
한다.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서 그들은 낮에는 강제 노동에 시달려도 밤에는
회당에 모여 성경을 공부했다. 당시 그들이 읽은 성경은 율법서
신명기였다. 그래서 당시 선생 역할을 한 사람을 가리켜 ‘신명기 예언자’
들이라고 부른다.
신명기를 읽으며 그들은 이스라엘이 왜 망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시내산 율법을
지키지 않은 것, 구체적으로 말해서 율법의 핵심인 ‘인식일 → 안식년 →희년’을
지키지 않은 것이 멸망의 이유임을 알게 되었다. 예배의 정성이 부족해서, 성전을
짓지 않아서 나라가 망한 것이 아니라 율법의 정신을 외면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들의 회개는 결국 ‘귀환’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율법의 정점에 있는 ‘희년’을 선포하러 오셨다고 천명하셨다.
그렇다면 우리는 ‘희년’의 말씀 앞에 서야 한다. ‘희년’을 묵상하면 우리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게 된다. 예배에 정성을 쏟으면서 부동산 투기를 한 죄,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죄, 독재자와 학살자를 찬양한 죄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희년》을 읽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바벨론 포로기에
신명기를 읽고 가슴을 찢으며 회개했듯이, 지금 우리는 《희년》을 읽으며 우리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스라엘이 포로에서 기적적으로 귀환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하나님이 새로운 기회를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