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일상} 정형기 《세상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저자, 만화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길

일하기 전 기도를 드린다. 작업 공간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를
켜 메일을 열어 보고, 포털을 통해 뉴스와 정보를 접한다.
대형교회 세습 기사에 댓글이 달렸다. “목사를 보면 하나님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목사의 행동과 행위로 하나님이
없다고 보여 주고 있다는 말이다. 무겁게 다가왔다. 목사가
예배시간에 “교회에서 사놓은 부동산이 하나님께서
복 주셔서 몇 배 올랐다”고 자랑한다. 교인들은 “아멘” 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도 부동산 불로소득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2019년 국민순자산 78%가 부동산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지만 토지는 무려 3000배 올랐다. 부자일수록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은 부자도 많이 만들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었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면 다른 계층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 한국사회 불평등의 원인이 바로 부동산 문제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불평등이란 누군가가 땀 흘리며 힘겹게 살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는 수고 없이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로소득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다. 누군가 손해 본다는 결과를 전제로 하기에
불로소득은 악하다.
우리나라 경제규모 세계 12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데 행복지수는
54위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더라도 빈곤지수가 높으면 그 사회에서 최악의
가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풍요가 일부 소수에게만
돌아간다면 이런 사회는 경제적으로 발전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왜 부동산
문제와 불평등 양극화는 개선되지 않을까. 부동산으로 이득을 취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큰 범죄는
도둑의 소굴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만드는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소수의 기득권층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를 원한다. 그래야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악마는 이웃의 고통을 즐기지만, 하나님의 사람은 이웃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고통 받는 사람을 보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돕기 위해 나선다. 권정생, 김용기,
조덕삼, 에이브러햄 링컨, 아브라함 카이퍼, 윌리엄 윌버포스처럼.
오래전 국민일보 방문 때 어느 책상 가장자리에 이런 글이 보였다. “왜 선한
사람이 고통을 받는가?” 그 글을 남긴 사람이 궁금했다. 당시 과제로 남았다.
세월이 지난 후 나름 과제가 풀렸다.
하나님 중심으로 살면 어려움이 없고 순탄하기만 할까. 그렇지만은 않다. 선한
일을 하면 많은 어려움이 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그 일을 못한다. 선한
일을 하면 다 잘되고 어려움이 없다면 누구나 다 할 것이다.

진정한 기독교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고난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의무감을 느낄 것이다. 기독교의 본질은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고, 죽음에서 생명을 얻는
것이다. _윌리엄 윌버포스

하나님의 자녀들은 때때로 십자가를 지는데, 유쾌하고 편안한 길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경건한 생활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은 박해를 받는다. 고난 없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는 없다.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길이다.
_아브라함 카이퍼

휴대폰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주 만나는 친구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여러 권의 책을 낸 인문학자다.
여느 때처럼 인천 대공원을 그와 함께 걸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종교, 정치, 사회, 경제 문제 등 열띤 토론을 한다. 좋은 세상을 꿈꾸며…
원고 한 컷 한 컷 집중한다. 미션 완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