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우연찮게 이 원고를 접했을 때신앙의 합리성(Resonableness of Faith)”이라는 제목을 보고 절반은 출판을 결정했었습니다. 흔히신앙과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이성은 대립되는 개념으로 알고 있는데, 그 두 단어가 딱 붙어 있고, 특히나 18-19세기 거대한 이성의 도전에 맞서 신앙을 옹호한 기독교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키르케고르가 그런 주장을 한다고 하니, 신선한 긴장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초대교부 테르툴리아누스가아테네가 예루살렘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며 신앙과 이성의 분리를 주장한 이후 기독교 역사에서 유구한 전통(?) 반지성주의 한국 교회에서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출간 결정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키르케고르가 살던 당시 덴마크는 국가교회 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태어나기만 하면 기독교인이 되는 사회였습니다다른 유럽 국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누구나 기독교인이 되어 교회에 나가지만 신앙은 그렇게 쉽게 주어지는 아니라고 키르케고르는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평생을 바쳐야 하는 과업임을 주장하며, 껍데기만 남은 기독교를 질타했습니다이런 점은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겠지만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의 본질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의 본질을 강조한 키르케고르인데, 그가 신앙에 합리적인 요소가 있다고 한 것은 어찌 보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그는 어떤 맥락에서 이런 주장을 했을까요? 불합리한 듯한 그의 주장을 열심히 따라 가다보면 신앙과 이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나의 신앙도 돌아볼 수있게 되겠죠.

건투를 빕니다.

기독교는 개인이고, 여기에 있는 단독자이다.
Christianity is the individual, here,
the single individual.

키르케고르


홍성사
출판기획부 편집팀 김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