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의 글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2016년 가을부터 홍성사가 주최하여 진행해 온 기획 프로그램 ‘그리스도교의 역사: 역사에서 개혁의 길을 찾다’의 마지막 강의는 <종교개혁과 그 유산분열, 전쟁, 세속화 그리고 종교적 ()관용>이라는 제목으로 9월 11일(화요일)부터 시작합니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 때에 한껏 달궈졌던 열기가 이제는 식다 못해 냉냉해져 아쉽지만, 한결 객관적으로 종교개혁을 살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해에 국내외에서 루터와 종교개혁에 대한 새로운 출판물들도 많이 쏟아져 나와 이 주제에 대한 읽을거리와 학술자료들도 한결 풍성해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색하고 공부할 때입니다.

통상 종교개혁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은 1517년 루터가 시작한 논제게시 사건으로 시작해서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평화조약에서 루터교가 합법화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종교개혁을 특정한 기획 혹은 하나의 사건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종교개혁에는 다양한 성격의 운동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났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종교개혁시대’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듯 긴 호흡으로 이 주제를 다루려는 경향이 우세합니다. 중세 말부터 대략 1650년경까지를 시야에 두고 다루려는 입장이 그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종교개혁을 살펴보면 기존에 종교개혁을 분석하고 평가하던 내용과는 많은 차이가 생겨납니다. 당연히 몇몇 종교개혁가들이 이 전체 역사적 흐름을 주도했거나 신학이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간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종교개혁을 주류와 주변의 움직임으로 구분해 주류 종교개혁을 중심으로 서술하거나 각 종파의 성립을 중심으로 이 운동을 관찰하는 입장 등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습니다. 스크리브너(R. W. Scribner)가 간파했듯이 최근의 종교개혁 연구는 축적된 연구를 토대로 과거의 정설들을 대폭 수정하고 있습니다.

본 강의에서는 종교개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과 정보들을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몇 본질적인 질문들을 새로이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종교개혁은 왜 시작되었고, 어떻게 대중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가?

종교개혁은 성공했는가?

종교개혁은 왜 종교전쟁으로 이어졌는가? 길을 잃은 것인가, 아니면 불가피했던가?

종교개혁은 어떤 과제와 유산들을 남겼는가?

종교개혁사 서술에서 가톨릭의 입장은 무시되고 개신교의 입장만 부각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외 세부적으로 한국교회에 필요한 질문들도 다룰 수 있을 터인데, 예를 들면 21세기 한국개신교에서 성직주의는 과연 극복된 것인가? 만인제사장론(혹은 전신자제사장주의)은 왜 구현되지 못하는가? 등의 논의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르는 변화를 거시적으로 관찰하면서 종교개혁이 초래한 결과와 영향을 아우르려는 의도에서 강좌제목을 ‘종교개혁과 그 유산’이라고 정했습니다. 교회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종교개혁의 국면이 17세기까지 지속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의 크고 작은 유산들은 많지만 이 강의에서는 교회의 분열과 발전, 전쟁, 세속화 그리고 종교적 (불)관용 등 네다섯 가지 유산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물론 종교개혁과 그것이 남긴 유산들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따로 또 같이 계속 변형되고 때로는 한 몸이 되어 여러 형태로 발전해가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사료에 기반하여 설득력과 통찰력을 지닌 답변을 끌어내기란 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 무거운 주제들과 질문들에 대해 강사 한 사람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명쾌한 결론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기에 진행형인 학술적 논의들과 현실적인 고민들을 꺼내놓고 청중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상호간에 오류를 교정하고 여백을 채워가는 강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가을과 겨울에 걸쳐 진행될 홍성강좌 다섯 번째 강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종교개혁과 그 유산 분열, 전쟁, 세속화 그리고 종교적 ()관용

 

*15세기에서 1650년 무렵까지 총 24개 주제를 매주 2개씩 총 12회에 걸쳐 강의

 

  1. 종교개혁을 보는 시각들
  2. 종교개혁의 시대적 조건 – 흑사병, 교회의 쇠락, 르네상스, 대항해시대 등
  3. 개혁운동의 중세적 전통 – 발데스, 위클리프, 후스, 에라스무스(인문주의)
  4. 교황권과 면벌부, 95개조 논제의 출현과 예상치 못한 파장
  5.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과 독일어 저술들
  6. 종교개혁 운동의 전개 – 인쇄술(대중의 등장과 공론장), 도시민, 제후들
  7. 영방들과 신성로마제국의 균열 – 보름스 제국의회, 루터의 생환 그리고 독일어 성경
  8. 도시 종교개혁의 실상(공동체 종교개혁)과 여성들의 종교개혁
  9. 기사와 농민(농민전쟁), 그리고 제후의 종교개혁
  10. 종교개혁의 확산과 수용 – 도시와 농촌, 제국과 제국 너머
  11. 종교개혁의 유산 1: 개혁세력의 분열과 분화 – 스위스와 남부 독일 개혁가들(+재세례파)
  12. 칼뱅의 제네바와 스코틀랜드의 지체된 종교개혁
  13. 잉글랜드 종교개혁 – 엘리자베스와 국교회(성공회)
  14. 종파화와 그리스도교 세계의 분열
  15. 종교개혁의 유산 2: 가톨릭의 복원과 해외 선교. 가톨릭 종교개혁
  16. 예수회의 개혁과 해외선교
  17. 아시아로 진출한 기독교: 인도와 일본
  18. 종교개혁의 유산 3: 종교전쟁 – 국제정세와 군사동맹, 16세기 종교전쟁
  19. “종교라는 이름으로” – 유럽의 30년전쟁
  20. 종교개혁의 유산 4: 불관용 – 세르베투스와 카스텔리오, 그리고 마녀사냥
  21. 신대륙에서의 갈등과 종교적 관용
  22. 이성의 시대(과학, 계몽주의)와 신앙 – 관용의 정착?
  23. 종교개혁의 유산 5: 국가와 종교의 세속화, 그리고 문화와 예술
  24. 종교개혁은 끝났는가? 유럽의 근대와 그리스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