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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겠어.”
루이스의 초기작 《순례자의 귀향》에서 주인공 존은
숲을 거닐다 우연히 아름다운 섬을 발견합니다.
그는 너무 어려서 그 섬이 다른 섬과 무엇이 다른지 당시에는 알 수 없었는데, 그 무한한 달콤함이 사라지고 나자 자기가 그것을 무한히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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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가 회심 후 쓴 첫 소설인 이 작품은 그가 삶의 의미와 영적 만족을 탐색하다가 결국 기독교에 이르게 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루이스의 순례자 존은 ‘마더 커크’를 만나는데, 그녀는 전통적인 기독교 또는 나중에 루이스가 ‘순전한 기독교’라 부르게 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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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후, 유명인사가 된 루이스는 그간의 강연과 소책자를 엮어 《순전한 기독교》를 탄생시킵니다.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무엇을 ‘이성’이라는 벗의 손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탐구한 과정이자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 교파와 상관없이 보편다수 그리스도인에게 거부감 없이 수용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옹호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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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면에 루이스에게는 남모를 고통과 번민이 있었습니다. 그는 변증 활동이 자신의 영혼을 쇠약하게 한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저는 변증가 활동만큼 신앙을 위협하는 것도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방금 공개 토론을 통해 성공적으로 변호해 낸 교리가 기독교 신앙의 교리 중에서 가장 허깨비 같고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루이스는 이런 상황에서는 교리가 자신의 자아와 논증이라는 “약한 기둥”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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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차가운 논증에만 의지할 수 없으며 “논증의 그물망에서 벗어나 실재이신 분께로,
기독교 변증론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그분께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자기가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진리 그 자체가 옹호되길 루이스는 간절히 바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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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한 생명력으로 확장되어 가는 《순전한 기독교》.
앞으로도 이 작품이 어떤 이들의 삶과 만나 새롭게 해석되고 논쟁을 일으킬지 다만 궁금할 뿐입니다.

홍성사
출판기획부 정성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