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 371호
{책 속에 넣어둔 편지} 주예경 출판기획부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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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도와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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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1장은 기사도로 시작한다.
루이스에 따르면 기사란 전쟁터에서
용감하고 홀에서는 온순한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집 안에서 용감하다가
전쟁터에서 겁을 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만
있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기사도가 없는 사회에서는 힘은
세지만 인간의 가치를 모르는
늑대와 인간의 가치를 지킬 힘이
없는 양으로 갈라질 거라고 한다.
“무계급 사회의 윤리는 모든
계급에서 최선의 것들만을 조합한
것일까요, 아니면 모든 계급의
퇴적물이자 어떤 계급의 미덕도 아닌
것들이 모인 웅덩이에 불과할까요?”
루이스 말대로 지금은 웅덩이가
대세다.
모두가 익명으로 똑같은
온라인에서는 한 사람에 좋아요
한 개를 누른다.
좋아요 아니면 싫어요다.
그 숫자의 힘은 생각보다 커서
연예인보다 BJ가 더 큰 파급력을
갖기도 한다.
박막례 할머니를 대스타로 만든다.
사람들은 이제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롤모델보다는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동시에 고전과 인문학은 부활
중이다.
루이스가 그랬듯 사람들은 팍팍한
현대인의 삶이 지겨워졌다.
훌륭한 ‘사람’, 훌륭한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한다.
요즘은 정해진 역할놀이보다 여러
계정을 파고 부캐를 즐긴다.
루이스가 지금 시대를 살았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온갖 콜라보가 일어나고 파맛 첵스가
실물로 판매되며, 파도타기 하듯
사건을 만들고 돌아가면서 주인공이
되는 세상.
루이스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루이스 계정에는
팔로워가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왠지 개인방송 해도 잘했을 것 같다.
그냥 내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