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 370호
{서평} 김용음 대구에서 청년들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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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주며
함께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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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의 캠퍼스 선교단체 사역을 마치고 신대원에 들어가 교회
사역을 시작했는데, 처음 맡은 부서가 중등부였다. 내가 중등부를
맡게 되었다고 하자 사람들은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중2 때문이래’와 같은 말들로 겁을 주며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아직도 중등부 첫 설교하던 날이
기억난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으나 속으론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단상에 섰는데, 그때 마주친 그 반응 없는 눈빛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과 관계도 맺고 조금씩 나아지긴 했으나, 매주일을
보내고 집에 오면 청소년 사역은 내 길이 아니라며 머리를 쥐어뜯곤 했다.
《청소년 사역 핵심파일》의 저자 역시 자의로 청소년 사역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도망갈 궁리만
했단다. 그러나 하나님이 맡겨 주신 자리에서 20대와 30대를
바쳐 ‘진심’을 다해 사역했고, 그 시간 속에서의 고민과 눈물,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아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역의 철학과 현장의 경험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한때 청소년 사역 관련 서적을 찾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보통 이런 책들은 경험담 위주여서 감동과 도전은 있어도
막상 내 사역 현장에 적용하려면 막막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저자가
시도했던 사례들과 함께 저자가 품었던 철학과 생각들이 잘 녹아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핵심으로 삼는 청소년 사역의 철학은 무엇인가?
바로 청소년들을 사역적 ‘대상’으로 보지 말고, 청소년들을 사역의
‘동역자’로 삼아, 청소년이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자는 부서의 수련회 기획이나 진행을 청소년들에게
위임한다. 물론 처음엔 걱정과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라났다. 또 저자는 부서의 한 해 계획과 목표를
청소년들과 함께 계획하고, 청소년 리더들이 또래 친구들을, 심지어
교사들까지 심방하도록 한다. 이 책엔 ‘과연 대한민국에 이런
중딩들이 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대미는 1년 동안 준비한 ‘태국 단기 선교’와 매달 가는 ‘산기도’이다.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스포’를 하진 않겠다. 그러나 단기 선교를
위해 중학생들이 1년간 기도하며 선교비를 모으고, 버스 1대씩
산기도를 간다는 것 자체가 놀랍지 않은가?
물론 처음부터 가능했던 건 아니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청소년들을 믿어 주는 것. 그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신뢰하는 것. 그리고 함께 이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랬을 때 아이들이 자라나고, 그런 아이들의 변화를
보며, 교사와 학부모, 교역자도 함께 변해 갔다.
요즘 청소년들을 보며 말한다.
‘요새 애들은 갈수록 생각도 없어지고 수동적이라고.’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만든 건 어른들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믿어
주고 밑그림을 그려 주는 만큼 자란다. 과잉보호 대신 아이들을
광야로 내보낼 때, 아이들 안에 야성이 생기며 믿음과 인생을
향한 꿈이 생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청소년들을 키워 낼 수 있는 안내서다.
한국 교회가 위기라고 한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이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보며 희망을 품게 되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자랄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들이 미래
한국 교회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면, 한국 교회는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책을 지도 삼아 우리 함께 희망을 찾는 모험을 떠나자.
우리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