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일상} 윤영휘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 저자, 경북대학교


‘좋은 정치인’
윌버포스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일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또 하나님 나라의 영역에서. 그리고
점점 그 총량이 늘어갑니다. 주어진 시간과 가진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에
집중력이라는 단어가 제 삶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제 대충 해도 되는
일은 점차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은 물론이고 그동안은 당연하게 여겼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올해 초 대구로 이사 올 때 TV를 두고 왔습니다. 우리 집 꼬마들의 TV
시청 시간을 줄인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었지만, 집에서 온 식구가 같이 보낼
수 있는 짧은 몇 시간을 비본질적인 것에 방해받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밤이 되면 저녁을 먹고 나란히 소파에 걸터앉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재밌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에게 읽어주는 것이 하루를 마치는 의식이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되 집중력 있게 사랑하고, 시간을 보내되 그 시간의
농도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제가 쓰는 글에도 집중력의 무게를 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년
가을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를 출간한 후 한동안 정신이 없었습니다.
홍성사에서 마련해 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강연 요청도 많이 받았고,
관련된 글 부탁도 많았고, 국내외에서 연락을 주는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들뜬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독자들이 지식을 얻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역사의
스크린 뒤에서 그분 나라의 승리를 추동하고 계시는 창조주를 발견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이를 위해 요즘은 윌버포스라는 정치인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현실 정치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워서일까요? 특정 정파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위한 정치를 했던 이 인물을 통해 ‘좋은 정치’에 대해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지만
결국은 ‘복음’, ‘변화’, ‘희망’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것에
집중해 써보려 합니다.

새로운 지역으로 삶의 거처를 옮기니 가까운 사람들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음을 느낍니다. 가끔은 아쉬움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저의 신앙과 생각에 무게를 싣는 작업을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고 새로우나 가볍지 않은 메시지로 다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