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일상] 박지훈

 

우리 은총이와 함께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성화 봉송

 

평안하시지요!
한국의 팀 ‘호잇’으로 불리는 은총 부자입니다. 1년밖에 살지 못한다던 우리 은총이는 벌써 16살이 되었고요. 저를 닮아서인지 학교 가기를 무지 싫어하지만, 그래도 막상 학교에 가면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도 무척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0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운동이 벌써 9년째네요.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마라톤 대회는 수십 번 나갔고, 철인3종 경기는 24번 나가 모두 완주했는데, 아마 둘이 합쳐 대략 80~90번의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해는 벌써 3번의 대회에 나가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참고로 우리 은총이의 현재 몸무게는 53킬로그램입니다.^^; 점점 더 힘이 들겠지만 저는 우리 은총이의 웃음과 행복을 위해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은총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시작한 달리기가 이제는 많은 사람의 꿈과 희망이 된 것만으로도 아빠인 저는 매일매일이 행복하답니다.
2014년에는 너무나도 예쁜 은총이 여동생도 태어났습니다. 착하고 이해심 많은 오빠 덕분에 동생 은유는 참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요.^^;
얼마 전에는 굉장히 좋은 일이 있었는데요. 우리 은총이와 제가 영광스럽게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성화 봉송 주자가 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화 봉송을 한 것입니다. 그날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우리 은총이 가족을 너무나 사랑해 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성화 봉송 리허설 관계로 저희는 군산에서 평창으로 이동했습니다. 성화 봉송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어서 늦은 밤 모든 사람이 자는 새벽에 리허설을 해야 한다기에, 저희는 늦은 밤 11시에 성화 봉송 리허설을 위해 다시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먹을 즈음 눈발이 조금 날렸는데, 밤에 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해 보니 경기장 안은 새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었더라고요.
성화 봉송 교육을 짧게 받은 후 리허설을 위해 은총이와 경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쉬지 않고 오는 눈 사이로 첫 번째 주자인 저와 은총이는 첫 출발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후 은총이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경기장 안쪽으로 돌린 후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이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 은총이에게 끝없이 내려 주시는 축복의 눈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개막식 당일.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 홍보대사인 션 형을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오는 마지막 성화 주자가 바로 션 형이었습니다. 개막식 성화 봉송의 원래 첫 번째 주자가 우리 은총이었고요. 그러니 션 형이 우리 은총이에게 성화를 전달하게 된 것이었는데, 마지막에 주자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션 형과 제가 참 신기하다 할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올림픽 스타디움 안은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은총이도 떨리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각자 성화 봉송 위치로 이동하라는 사인이 떨어졌고, 저희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대기하고 있다가 큐 사인에 맞추어 성화를 건네받을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첫 번째 주자인 남북한 선수가 성화를 맞잡고서 경기장으로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자인 캐스퍼 감독의 손에 성화가 전해지고, 곧바로 서보라미 선수에게 전달이 된 후 미끄러지듯 저와 은총이가 서 있는 곳으로 성화가 다가왔습니다. 제가 서 있는 곳 절반쯤 왔을까요? 조명이 저와 우리 은총이를 비추는데…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동안 수고했다며 우리 은총이와 저를 꼬옥 안아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성화가 제 손에 전달되었고, 저는 성화를 거치하고서 네 번째 주자인 양재림 선수와 고운소리 선수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을 내딛었습니다. 원래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걸어가려고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지훈아, 웃자 웃자’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긴장을 한 나머지 어색한 웃음을 띠고 로봇처럼 손을 흔들며 걸어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은총이 엄마에게 엄청 혼나고 말았지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은총이가 은근히 걱정되었는데, 완전 얼어 버린 저와는 달리 너무나 씩씩하게 잘한 우리 은총이가 대견하고 또 대견했습니다. 우리 은총이는 무대 체질인가 봐요.^^
저는 은총이를 바라보던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이 바로 그 순간에는 희망과 감동의 시선으로 바뀌어 있음을 굳게 믿었습니다.

“은총아 이 순간을 즐겨! 포기하지 않고서 너와 내가 함께 이곳까지 달려왔더니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시선을 바꿔 놓으셨어. 아빠는 참 기쁘다. 우리 은총이 옆에 항상 서 계신 하나님이 계셔서 아빠는 참 기쁘다!”
그렇게 저희 부자는 네 번째 주자에게 성화를 전달하고 성화를 떠나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