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 343호
[밴쿠버 통신] 이영표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
몇 주 전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하나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같이 계셨던 노신사 한 분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나님 믿고 싶은데 도저히 안 느껴져!”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나조차도 매일같이 하나님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에 와닿는 말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느껴져야 믿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믿으면 느껴지는 것일까?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는 0.016mm/h이고, 지구는 108,000km/h, 즉 마하 88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느려서, 너무 빨라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
느껴지지 않는다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느끼는 하나님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마치 사과 맛을 설명으로 느끼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내 설명으로 하나님을 느끼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