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일상} 오지훈 《희생되는 진리》 저자


책을 낸 후 만난 소중한 영적인 벗들

오랜만에 쿰 회보의 ‘저자의 일상’ 원고를 요청받았습니다. 동일한 코너에
글을 올린 것이 2018년 여름이었으니 3년만입니다. 그로부터 1년 전인 2017년
7월말에 첫 책 《희생되는 진리》를 냈으니, 그 책이 나온 지도 벌써 4년이
흘렀네요. 다행히 지난 6월 말, 퀴어/동성애 이슈를 신학적 관점과 철학적
관점을 오가며 비판적으로 고찰한 두 번째 책의 원고를 탈고했고, 지금은
출간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첫 책은─말 그대로 첫 책이기에─겁 없이
도전해서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고 담대한 영혼으로 쓸 수 있었던 반면, 두
번째 책은 정반대였습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라서 그런지 쓰는 내내
영적인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고, 두려움과 압박감도 심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감사하게도 이러한 부담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격려하면서
헤쳐 나갈 영적인 벗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고민과
비전, 기도를 함께 나눌 두 사람을 만났고, 이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언급할 분은 최◯◯ 선생님입니다. 이분은 제가 《희생되는 진리》를
출간하기 한참 전에 블로그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분입니다. 아직 국내
신학계가 르네 지라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 때였지만 최 선생님은 지라르의
통찰이 지니는 가치와 깊이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에 대한 분석과 비평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습니다. 지라르뿐 아니라 기독교 변증에 관한 여러
학자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단순히 서평 형식의
글이라기보다는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길어 내 그것을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이슈에 적용하고 확장하면서 기독교 신앙 안에서 진정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 내는 탁월한 은사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메시지를 통해 친구를 신청하고, 지라르에 관한 저의 책을
소개해 드렸고, 책을 출간한 이듬해인 2018년 2월에 처음으로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소설가로 활동하는 류광호 작가입니다(류 작가님은
2019년 홍성사에서 《창문 없는 방》이라는 소설을 냈기에 실명을 밝힙니다). 2018년 겨울,
저는 홍성사로부터 이 소설의 뒷부분에 게재할 작품해설을 의뢰받았습니다.
전문적으로 문학평론을 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을
망설였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이 시대 가난하고 방황하는 청년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했기에 느낀 그대로 독후감을 쓰듯 해설을
썼습니다. 감사하게도 저자인 류 작가님 본인에게는 저의 해설이 인상 깊게
읽혀졌던 것 같습니다.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 메시지로 인사를 주고받다가
1년쯤 지난 2019년 12월, 합정역 부근의 어느 카페에서 만나 오랜 시간 깊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두 분과의 만남과 대화가 매우 좋았기에, 저는 이렇게 마음이 맞는 두 분과
함께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정치나 사회문화
현안에 대한 견해를 신앙에 기초해 나누고, 서로가 쓴 글을 솔직하게 리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을 구상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각자에게
제안하면서 2020년 1월 첫 모임을 가졌는데 두 분의 케미도 잘 맞아서, 세
사람으로 구성된 작은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 3~4주에 한 번씩
(온오프라인 형식을 병행하며)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쓴 퀴어
이슈에 관한 책의 원고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도 두 분의 솔직한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이 모임의 중심에 세 사람의 연합된
‘기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영적인 관점에서 서로 소통하며 함께 기도하는 벗들이 있었기에 지난
시간을 견디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희생되는 진리》나 《창문 없는 방》과
같은 책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인연이었다는 점에서, 그런 귀한 계기를 제공해
준 홍성사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주님이 허락하신 이 소중한 인연에
늘 감사하면서 앞으로 더욱 영적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모임이 되기를
기도하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