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넣어둔 편지] 주예경(출판기획부 편집팀)
 
 


또 다른 시간표

교회에서 소그룹을 할 때 왜 이렇게 과자를 많이 먹을까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건강한 곳에서 건강하지 않은 것을 즐겨 먹는 문화.
소그룹을 하고 나면 과자와 탄산음료가 섞여 속이
더부룩했다. 수련회가 되면 마지막 밤의
주인공은 치킨과 피자.
안 먹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맛있긴 하다.

하지만 분위기만 좋으면 모든 게 괜찮은 걸까?
은혜로운 나눔 후에도 교회가 스스로 정크푸드의
고객이 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마음이 찜찜했다.

《돼지다운 돼지》를 읽고, 나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우리에게는 빼곡하게 짜인 교회 시간표 말고도 지구의 시간표가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표는 지구에 사는 모두에게 좋은 시간표,
믿을 만한 시간표다.
지구의 일원! 갑자기 힘이 솟는다

저자 조엘에 따르면 지구의 시간표는 탄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낌없이 내리는 태양 에너지는 풀에게, 풀을 먹은 초식동물은 거름을 다른 땅에, 
땅 속에서 탄소가 된 식물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양분으로, 비옥해진 땅은
창고가 되어 풀과 동물과 사람이 살아갈 양분을 상시 제공!
그런데 지금 우리의 창고는 바닥이 났다.
지구의 시간표에서 벗어난 음식은 가공에 가공을 거쳐 미라가
되어 간다. 우리는 무수히 맞물린 시간표들 속에서
점점 기계를 닮는다.

나는 소그룹을 맡는 동안 과일이나 빵을 샀다.
화장실에서 방울토마토나 청포도를 씻고,
물을 뚝뚝 흘리며 서둘러 달려갔다.
눈치가 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본다. 만약 교회에 주방이 있었다면?
일정이 조금 더 여유로웠다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과일을 샀다면?
교회와 관계를 맺은 과일가게가 있었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구의 일원으로서 동물, 자연, 이웃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삶은 혼자 할 수 없다.
나는 문득 지하철에 붙은 포스터를 본다.
‘잠시 멈춤’.
다시 모두에게 지구의 시간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