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숙사에서 원룸으로 옮겼을 때 너무 기뻤다냉장고와 가스레인지가 가까이 있고새벽에도 문을 열고 나갔다 올 수 있다니.

하지만 1년쯤 지나니 왠지 답답해졌다돌아와 불을 켜면 한눈에 다 보이는 방에 앉아 스마트폰만 넘기는 나를 발견했다.

풀옵션그야말로 혼자 살기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한 거지?

나는 의외의 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돼지다운 돼지》에 나오는 돼지와 닭의 이야기였다.

1. 책에 따르면 모든 것에는 생태 수용능력 또는 환경용량(carrying capacity)이 있다.

둥지에 새가 너무 많으면 둥지는 더러워지게 마련이라는 원리로일정 규모의 한계를 벗어나면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188).

닭장에서 나는 악취는 닭에게 그곳이 좁다는 것을 말해 준다. “불쾌한 냄새는 감염의 신호다.”(191닭이 알 낳을 공간으로는 그 정도면 충분할지 모르나닭은 알 낳는 기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닭에게 바닥을 쪼고 모래목욕을 할 공간이 필요하듯이사람에게도 먹고 자는 공간 이상의 면적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자취방의 비좁은 공간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밖에 나가서 돈을 쓰지 않는 이상 일상이 정체되기 쉽다.

2. 이상적인 환경에는 다양성이 있다.

내가 살았던 원룸은 원룸촌에 있었다같은 원룸들로 가득한 곳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대학생이지만 서로 지나친다.

한편 저자 조엘이 운영하는 폴리페이스 농장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그리고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폴리페이스는 다양한 얼굴이라는 뜻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은 스스로 점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233). 같은 땅에 여러 종류의 식물을 심으면 계절이 바뀌어도 늘 풀이 나는 장점이 있고동물 역시 함께 기르면 생존에 유리하다무엇보다 병원균의 교란이 일어나 집단폐사가 생기지 않는다또 토끼와 닭을 함께 키우면닭에게 토끼 오줌이 흡수된 짚을 쪼게 하여 스스로 벌레 배양액과 벌레 먹이를 생산하는 상승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만약 원룸 안에 갇혀 있으면 이런 다채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까일단 함께 활동할 만한 공용공간이 없다어쩌면 이것도 내가 답답했던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갑자기 나는 책 속의 돼지와 닭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이런 것이 생물다운 삶이구나!’

혼자 살기에 충분하다는 말 뒤에 숨은 원룸의 진실때로는 동물들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편집부_주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