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혼자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만 서른아홉에 이르기까지 결혼 문제를 두고 긴 싸움이 이어졌다. 날마다 부서지고 무너지며 가난하고 순결한 눈물을 주님께 드려야 했다. (중략) 지금도 나는 주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만, 그때처럼 헐벗고 가난한 마음을 소유하기 힘들다. 당시의 고독과 눈물, 그리고 바로 그 가난함 때문에 지녔던 보다 큰 자유…. 이런 것들 속에서 오직 주님만 바라보던 시간은 그분께서 주권적으로 베푸신 특별한 초대의 자리요, 나의 모든 재화, 곧 옥합을 팔아서 산 것이었다. 바로 그때의 묵상과 기도의 흔적을 모아 여기 또 하나의 초대의 자리를 마련했다. 결혼을 기다리는 고독 속에 혼자 서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오직 하나님 한 분을 의지하며 광야를 걸어가도록 돕기 위한 작은 초대장을 보낸다.

_프롤로그 중에서

  1. 하나님과 동행으로의 초대

결혼을 기다리는 과정은 혼자 걷는 길이다. 누구도 함께 가줄 수 없다. 하나님만이 그 터널의 동반자이시다. 배우자를 기다리는 것, 그 막막함은 쪽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홀로 건너는 일과 비슷하다. 그 바다는 고독과 두려움이 몰려오며, 거친 파도와 피하고 싶은 암초로 가득한 곳이다. 고독으로 인해 소외감과 단절감이 느껴지고, 두려움 때문에 낙심하며, 파도와 암초로 인해 진퇴양난의 고통으로 빠져든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붙잡고 도와달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적령기에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이들에 대해 대체로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도와줄 것처럼 조언하지만, 대부분 일차적인 통념이나 몰이해에 근거할 때가 많다. 그러므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결혼을 기다리는 광야에는 오직 하나님과 나, 둘만 있다는 사실이다. 주님과 홀로 대면하며 감당해야 한다. 우리의 결혼은 주님의 주권적인 뜻과 계획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하나님이 하고자 하시지 않으면, 우리의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만이 나의 결혼 문제 해결에 실제적인 존재이시다.

 

  1. 기다림으로의 초대

결혼을 기다리는 과정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끝까지 의지하며 가는 길이다. 우리의 결혼이 전적으로 주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분의 처분에 맡겨야 한다. (중략) 상대방이 아무리 하나님께 헌신된 사람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주님이 나를 위해 예비하신 ‘단 한 사람’의 배우자라는 확신이다. 상대방이 하나님 나라 사역에 평생을 헌신했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결혼 생활의 행복을 유지해 주지는 못한다. 어디까지나 내게 예비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한 사람’을 주님이 인도해 주셨다는 확신이 있을 때 결혼해야 한다. 서로의 허물과 죄에도 불구하고, 피차 인내하고 감당하며 존재 자체로 귀히 여길 수 있는 태도는 바로 그 확신에서 오기 때문이다.

 

 

  1. 새로운 시간으로의 초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르게 되는 결혼, 그 길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을 건널 때 ‘이적’을 행하셨다(수 3:1-7). 요단강은 지나 본 적 없는 낯선 길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길을 갈 때도 하나님은 우리를 친히 인도하신다. 그 길로 우리를 부르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중략)

대부분의 멜로 드라마는 우여곡절의 사연을 넘어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결혼식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결혼과 함께 모든 문제가 종식되고 앞으로는 행복을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실제로 결혼의 진면목은 결혼식 이후에 펼쳐진다. 그리스도인의 가정도 마찬가지다. 관계는 자아와 자아의 만남이기 때문에 어느 가정이나 서로 부딪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 결혼 공동체는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믿음으로 언제든 결혼생활을 갱신할 수 있다는 특권을 지닌다. 믿음만 있으면 결혼 생활이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것은 틀린 말일 수 있지만, 믿음이 결혼 생활의 불행과 고난으로부터 돌이켜 갱신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은 진실이다. 바로 거기에 그리스도인 가정의 소망과 영광이 있다.

결혼이 하나님의 부르심인 것과 마찬가지로, 독신도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나는 결혼과 독신이 하나님의 주권적 부르심이라는 사실을 그리스도인들이 더 확실히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우리에게 좋은 것 주기를 기뻐하시는 그분의 사려(思慮)를 따라 주어지는 길이다. 특히 결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독신 상태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인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중략)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님의 사역에 합당하며, 홀로 있든 결혼을 했든 우정을 나누며 기쁘게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독신 성인으로서 얼마나 온전한 존재인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글 | 홍성사 편집부, ⟪결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서 발췌한 내용을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