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은 죽음을 견뎌야 한다.’

《리어왕》의 한 구절로, C. S. 루이스의 묘비에 적힌 말입니다.

루이스는 아홉 살이라는 나이에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형과 함께 기숙학교에 보내졌습니다그는 아버지에게 따뜻함을 느낄 기회가 없었습니다그런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러 아버지 집에 간 루이스는 달력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짜에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그리고 달력에는 그날의 명언으로 사람은 죽음을 견뎌야 한다는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루이스의 묘비명이 되었습니다.

 

 

2.

맥도널드는 루이스처럼 어린 시절 일찍 어머니를 잃었습니다후에 같은 질병으로 네 자녀까지 떠나보냈습니다늘 죽음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살았던 그는 죽음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맥도널드는 자신의 장서표를 만들면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죽음의 문이라는 그림을 차용했습니다장서표에 쓰인 문장 ‘Corage! God mend al’는 맥도널드가 지은 가훈으로자신의 이름 철자를 뒤섞어 만든 말입니다. (맥도널드 가족이 이탈리아 보르디게라에서 살았던 용기의 집Casa Coraggio’의 이름이 이 가훈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아들 그레빌은 아버지를 따라 장서표를 만들었습니다.

 

  

조지 맥도널드의 장서표()와 그레빌 맥도널드의 장서표()

 

3.

그래서였을까요맥도널드의 글에 끌려 루이스는 그를 스승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루이스는 자신이 처음 읽은 맥도널드의 작품 《판타스테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그 신세계가 이상하면서도 수수하고 소박하다는 점꿈이면서도 그 안에서 이상하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꿈이라는 점책 전체에 서늘한 아침의 순수함과 더불어 분명한 죽음바람직한 죽음의 특징이 명확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을 의식할 뿐이었다그 책이 실제로 내게 해준 일은 내 상상력을 회심시키고 세례를 준(이 부분에서 죽음이 개입했다것이었다.”

그가 누린 마음의 평정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거룩한 현재에 안식한 결과였다.”(《조지 맥도널드 선집》 머리말)

맥도널드의 글은 루이스에게 날마다 안식하며 죽음을 견디는 용기를 보여 주었습니다그것이 루이스가 맥도널드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빚을” 진 이유일 것입니다.

 

글 | 홍성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