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사람들의 얼굴, 표정, 웃음소리가 스칩니다. 8년 전 광화문 글판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실렸지요. 유행처럼 우리는 〈풀꽃〉 시를 서로에게 읽어 주었어요. 짧아서 외우기도 쉬웠고, 따뜻했어요. 그리고 당시 스스로를 많이 사랑하지 못하던 어떤 친구는 그 시를 더 특별히 여겼어요.

2년 후 저는 광화문에 있는 출판사로 이직했고, 나태주 시집 기획안을 준비해 기획회의에서 꺼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좋은 시들이 많이 사랑받고 있었지만, 〈풀꽃〉처럼 대중화되기 바로 전이었어요. 도서관을 다니며 여러 자료를 찾아 만든 기획이었지만, 통과되지 못했어요. “문인은 어렵다”는 한 가지 이유로. 베스트셀러를 기획하라는 압박이 힘겨워 회사를 퇴사하고, 다음 해에 서점에서 나태주 시집 신간을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서서 그 책을 보았습니다. 대중적인 출판사에서 나와서인지 이전보다는 조금 더 예쁜 옷을 입고 나온 시집이었어요. 그 책을 사 들고 집에 와 읽고 또 읽으며 사진으로 찍어 마음에 드는 시들을 저장하였습니다. 이후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드라마에도 나오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2019년 초에 홍성사에 입사해서 우연히 한 글을 읽었어요. 나태주 시인이 문학 평론가인 딸 나민애 님의 책 출간을 기뻐하며 쓴 편지였어요.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와 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 작성한 기획안은 바로 통과되었고, 나태주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워낙 베스트셀러로 ‘핫’한 이 상황에서 기회가 올까도 싶었지만,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기획안의 가제는 ‘딸에게 보내는 시’였어요. 한 달이 지나갈 무렵 나태주 선생님은 집필하시겠다는 메일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시간 시간을 지나 선물은 이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작년부터 만든 책인데 왠지 더 오래 준비해서 받은 책 같아요. 이 진심 어린 선물이 또 누군가에게 전해져 오래오래 예쁜 꽃으로 물들이겠지요.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글 | 홍성사 편집부